미국 정착기 – 첫 렌트집
미국에 오기 전부터
랜선으로 몇 군데 집을 찍어두고 있었다.
조건은 나름 분명했다.
회사와 너무 멀지 않을 것.
두 아이가 다닐 학교가 괜찮을 것.
그리고 가능하면 자연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을 것.
다행히 회사에서 두 달간 임시 숙소를 마련해줘서
그동안 천천히 집을 보러 다닐 수 있었다.
그런데 역시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.
회사와 가깝고 학군이 좋을수록 렌트비는 쭉쭉 올라가는데,
막상 집을 보러 가면
1950~60년대에 지어진 집들이 꽤 많았다.
1970~80년대 집을 보면
“오, 이건 그래도 신축이네?”
라는 이상한 기준까지 생겼다. 😂
그래도 나는 꽤 만족했다.
왜냐하면 마당이 있었기 때문이다.
집에서 숯불로 고기 구워 먹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
‘그래, 이게 미국 생활이지’ 하며 혼자 들떠 있었다.
그 옆에서 와이프는
숨길 수 없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집을 둘러보고 있었지만. 😅
문제는 집이 마음에 든다고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.
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우리는
크레딧 점수가 없었다.
몇 번은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지만
다른 지원자들에게 밀려 놓치기도 했다.
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.
크레딧 점수 한 줄보다
우리가 어떤 가족인지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.
그래서 집주인에게 편지를 썼다.
가족사진도 함께 보내고,
왜 미국에 오게 되었는지,
아이들과 어떤 생활을 만들어가고 싶은지,
이 집에서 잘 살아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았다.
며칠 뒤 집주인에게 연락이 왔다.
본인도 이민자로 미국 생활을 시작했던 사람이라며
우리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다고 했다.
그리고 결국 우리 가족을 선택해주었다.
그렇게 구한 첫 렌트집에서
우리는 3년 반을 살았다.
처음에는 크레딧 점수 하나 없던 이민자 가족이었지만,
돌아보면 미국에서의 진짜 생활은
아마 그 집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.
그리고 물론…
나는 그 마당에서
원 없이 숯불 바비큐를 했다. 😂🔥